송하샘께서 데이트(?) 신청을 하셨는데 내내 시간을 못내다가 오늘 목요일 드디어 오전 수업만 끝나고 선생님을 뵈러 갔다. 맛있는 점심 사 주신다고 하셨는데... 뭘 사 주시려나? 뭘 사달라고 할까? 혼자서 재미있는 공상도 하며...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두 가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네모난 노란 바구니가 채곡 채곡 쌓여져 있는 모습과 또 하나는 양지바른 곳에 널찍하니 널려져 있는 밤껍질이다. 말리고 있는 밤껍질은 조해순 선생님 부탁으로 구해 말리는 것이라 하셨고, 노란 바구니엔 모두들 배들이 가득가득 담아져 있었다. 아하^^ 송하샘은 분명 저에게 그 잘생긴 무공해 배를 자랑하고 싶으셨던 것 같았다.
안채 마루쪽의 몇 개 바구니엔 노오란 '원황'이라나 하는 배가 담겨져 있었는데 그것들은 한 달 전, 추석 무렵쯤에 맛있엇을 배이고, 조금 공간을 두고 맞은 편에 매끈매끈한 고운 자태를 뽐내는 배가 '신고'라고 하셨다. 그 옆에 '감천', 그리고 울퉁불퉁 참 못생기고 겉이 꺼칠꺼칠한 배가 '추황'이라 하셨다. (선생님, 저 학습능력 괜찮나요?) ^_^)
(참고로, 요즈음 이 배즙용 배 주문을 받으시는데 주문자가 좀 젊은 세대인 것 같으면 '추황'배를 보내시고, 좀 쉰세대(?)인 것 같으면 '감천'배를 보내신다 하셨다. 왠줄 아세요? 두 가지가 다 맛있긴 하지만 추황배가 조금 신맛을 더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네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많은 배들이 어쩜 이렇게 똘배처럼 단단하고 미끈하게 잘 생겼는지? 모두 다 배즙 만들 배라면서 어쩜 이리도 하나도 상한 것 없이 싱싱한 배들인지, 선생님께서 자랑하고 싶어 저를 부를 만 하셨다.
그동안 선생님께서 남기신 글들을 통하여 그리고 간간히 만날 때마다 강조하시는 건강한 배, 친환경 농작배에 대한 말씀을 오늘 더 자세히 들었다. 하지만 배에 대해, 아니 농사에 대해 문외한인 제가 어찌 선생님의 깊은 농업철학을 다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대충은 알겠다. 선생님의 고뇌와 수고, 그리고 선생님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그 열정... 이런 선생님을 생각하면 보우농원 가족이 된다는 것 자체가 참 큰 축복이다.
점심은 함평 나산까지 직접 운전하시고 가셔서 장어를 사 주셨다. 양식 장어를 소금구이하여 먹었는데, 고것 참, 창자는 창자대로 구수하게 익히고 뼈는 뼈대로 깔끔하게 튀기고 살은 살대로 눈앞에서 가스불에 직접 구워주는데, 캬아악~~. 정말 예술이었다. 선생님의 구수한 옛날 얘기를 반주삼아 정말 순식간에 다~ 먹었다. 멋쟁이 사모님과 부산에서 오셨다는 친절하신 조카님. 정말 맛있게 잘 먹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께서 재배하고 계시는 온갖 먹거리밭을 다 보여 주셨다. 사과나무밭...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선생님 속을 많이 애태우게 했을 사과밭... 하지만 내년엔 희망이 보인다는 말씀에 참 기쁘고 기대가 됩니다. 제가 들은 선생님의 사과나무, 사과밭에 대한 말씀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결론적인 것은 예년과 달리 올 가을에는 사과꽃이 피지 않아 내년엔 사과가 많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시네요. 내년엔 보우의 맛있는 사과를 만땅 기다리며...
무우밭을 지나 배추밭으로... 이 홈피 대문에 걸려있는 배추밭 모습 그대로.... 순식간에 조카님과 사모님께서 엇갈이 배추를 두 푸대나 뽑아 다듬어 저에게 주셔서 가져왔어요. 잘 먹겠습니다. ^^ 김장배추는 아직은 푸른 겉잎들만 크게 크게 자라있고 이제 앞으로 속들이 차 오를 거라 하시네요. 엇갈이 배추는 다음 주면 뽑아 김치를 담아 판매하실 거라 하시구요.
그리고 우리의 주식 쌀을 재배하는 함적굴 논... 사진으로만 몇번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오목한 지형이 아주 눈에 익네요. 들판의 다른 논들에는 나락을 다~ 베었는데, 우리의 대장 송하샘네 논의 벼들만 아직도 땅의 정기와 하늘의 기운을 더 받으려고 꿋꿋이 서 있네요. 좋은 쌀, 맛있는 쌀, 건강한 쌀을 위한 선생님의 노고에 정말 다시한번 두 손 모으고 머리 숙여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돌아오는 길에 송하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이범이 동생'이라는 분의 비닐하우스에 들러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둘러보고 또 한 번 감탄을 했습니다. 어쩜 이리도 실하게 잘 키우셨는지... 다음주부터나 송하샘께서 이 오이를 판매하실 생각이 있으신 모양인데, 그게... 가격이 워낙 비싸서, 송하샘께서 많이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고.... 오이도 다 똑같은 오이가 아니더구만요. 박과 접붙인 오이가 많은데, 송하샘은 꼭 까탈스럽게(?) 접붙이지 않은 오이만을 고집한대요. 그러니 가격은 더 비쌀테고... (어쨋든 선생님, 오이 판매 결정되면 저는 제일 먼저 빡스로 보내주시는 것 아시죠?)
휴우~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어느 가을날 오후 송하샘과의 데이트 후기였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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