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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귀국해서 저녁에 홍어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더군요 오늘 낮에 현관 문을 여니 문 앞에 박스를 두고 갔더군요 언제 왔다갔는지 모르지만 초인종 누르고 건네줄 시간도 없이 바쁜 모양입니다 딸아이 하는 말이 누가 냄새나는 홍어를 가져가겠어요 홍어맛은 예전 그대로 부드럽고 촉촉하고 좋습니다 홍어의 발효도는 물론 수분 보존이 중요하겠더군요 가족 중에 대학생 딸아이는 홍어를 아주 좋아해서 국제전화로 안양농산물시장에 가서 혼자 홍어 사다 먹겠다는데 조금만 참아라 그거 사들고 시내버스나 전철 타기 힘들 것이다 했습니다 고3인 아들녀석은 홍어를 처음 먹고 두드러기가 난 이후 먹질 않더군요 제 엄마도 먹긴 하는데 입이 짧고요 딸아이와 저만 음식의 끝은 홍어다 이러면서 즐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세상에 홍어 맛을 모르다니 마침 오늘은 집에 딸아이와 둘 뿐이라 점심 때 온집안에 냄새 피워가며 홍어를 먹었지요 홍어를 꺼내는 사이 언제 나갔다 왔는지 장수막걸리를 한 병 들고왔는데 치워라 아스파탐 들어가 들척지근한 거 안먹는다 하고 박스에서 청주 한 통을 쫘악 꺼내 대작했지요 전에 청주맛은 너무 깔끔해서 좀 밍밍하다 싶을 정도였는데 이번 것은 좀 달달한 맛이군요 뭐가 달라졌는지 저녁에는 송편을 쪄야겠습니다 솔잎이 참하게도 야채즙 봉지에 담겨왔는데 홍어 국물이 들어가서 냄새가 묘하더군요 물에 씻어내니 다시 솔잎내로 돌아왔습니다 간혹 아파트 틈바구니 쌈지공원 소나무나 잣나무 우둠지서 솔잎 잣잎을 몇 잎 뜯어다가 돼지고기를 쩌먹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남도 야산의 솔잎이니 그 기운도 다르겠지요 온가족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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