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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님의 소금 이야기에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라 어제는 들기름 묻어놨던 소금봉투를 들고 일터로 갔습니다. 3교시 논술시간. 인쇄물 가운데에 소금을 적당히 올려놓고 투명 테이프로 덮어 붙이는 제 모습을 보고 웅성웅성 즐거운 동요가 일었습니다. 녀석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금을 한 톨 두 톨 집어가서 입안에 넣고 굴려 먹는 모습이 고맙고 신비롭기까지 했어요. 저도 미처 먹어보라는 말까진 떠오르지 않았었거든요. 아이들과 소금의 탄생과정, 소금이 역사속에서 차지했던 의미, 우리 몸에 필요한 좋은 소금이란...등등에 대해 아는 만큼 의견을 나누며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종이 위에 있는 소금을 들여다보고 소금과 대화를 나누어보자고 했지요. 소금이 자신에게 속삭여주는 이야기를 그림이나 글로 자유롭게 표현하라 한 뒤 나온 멋진 작품들. 맨 아래 있는 00양의 생각을 읽고 유난히 뭉클했습니다. 이 꼬마아가씨, 먼저 다니던 학원에서 밤11시까지 맡겨져 스파르타 학습을 받다가 급기야 마음에 병을 얻은 4학년 어린이입니다. 전교1등(?)이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등수가 떨어질까봐 더 불안한, 수업시간에 잘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복통을 일으키며 울다가 집으로 가야하는...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숫자로 도식화된 수학문제는 천재급 실력을 발휘하나 기발한 연상기억법을 적용한 초간단 암기문제엔 오히려 부들부들 떨면서 두려워하는 것이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과정에 대한 인정을 받아본 경험이 없이 결과만으로 무수한 칭찬을 들어왔고 그것에 엄청난 만족을 해왔기에 시간이 지날 수록 능력보다 초과되는 과제를 만나면 두려움으로 위축+포기해버리는 부작용을 갖게된거예요. 얼굴과 머리카락엔 생기라곤 찾아볼 수도 없이, 인정에 대한 갈망으로 부서지기 직전의 영혼을 지닌 어린이의 마음에 찌든 부정적 첨가물들을 빼내는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했어요. 각종 시험에 있어서 결과를 들고 달려와 '최고'라는 칭찬의 목소리를 기대할 때도 짐짓 무덤한 듯, " 즐거웠니?" "편안하게 치렀어?" " 자신을 믿으니 참 좋지?" 한 개를 틀렸다고 시험지를 꼬깃꼬깃 비틀며 떨고 있을 경우 "이 문제라면 나도 틀렸겠는 데.." " 어떨 땐 틀린 문제가 더 고맙더라. 담엔 꼭 기억하게 되거든. " " 그런데 어떻게 하나 밖에 안 틀리니? 출제한 사람 자존심 상했겠다.^^" 로 끝.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성격 많이 누르며 노력하다가 저도 제법 성숙해졌네요. 아는 것은 자유로운 것일 뿐 우월해야할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 역시 죄는 아니라는 걸, 어른들이 가르쳐 주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주장하고도 당당해 하는 세상이 정상이겠죠. 이 꼬마. 첫 달 논술시간 내내 글줄 하나 못쓰고 갖고 있는 수학 학습지만 고집스럽게 풀고 앉았던 아가씨. 오늘 소금을 들여다 보고 소금과 무슨 대화를 나눈걸까요? 대부분, 제가 들려준 소금 이야기들을 비슷비슷하게 엮어서 글을 만들었지만 이 아이 생각이 참으로 기발하고 낭만적입니다. 몰라보게 자유롭습니다. ----------------------------------------------------------------------------- 소금: 애들아, 너희들을 믿기 때문에 말하는 건데, 나 ~ 바람둥이야.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봐! 나는 처음에는 바다와 사귀었었어. 하지만 햇빛이 좋아서 해어졌어. 그리고 두 번 째는 햇빛과, 세 번 째는 어부와 사귀었어. 하지만 모두 해어졌어. (활짝 웃는 소금친구) 하지만 ...내가 너랑 사귀러 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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