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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 맛있어서 무슨 요리를 해도 놀라운 맛이 나요. 어제는 졸임양념 다 만들어 놓고 부지런히 생선가게에 달려갔는 데, 아주머니 댁에 일이 있어서 일찍 닫았대서 그냥 양념장에 대파 엄청 썰어넣고 무만 졸였어요. 그래도 감칠맛 풍부하게 맛있었어요. 오라버니, 오라버니네는 매일매일 이렇게 맛있는 것만 드시겠어요. 그래서 건강하신거죠? 세탁소옆 모퉁이 할머니 채소좌판에 가서 김치거리를 살 때 간혹 보면 어떤 분들은 무청을 싹 떼어내고 하얀무다리만 챙겨가는 거예요. 아까워서 달라고 해서 갖고오곤 했는 데, 이번 보우 무청만한 건 본 적이 없어요. 풍성하고 짙푸른 무청이 예술의 경지라 보는 것 만으로도 싱그러워졌었어요. 보우 무야말로 '부티' 좔좔 무예요~! 송하님 자부심의 1등공신이랄 만 해요. 전국 무청 경진대회 있으면 출전시키고 싶어요. (무우..라고 쓰는 게 더 맛있어 보이기는 하네;) 커다란 것 한 개는 꽁꽁 여며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뒀고, 얼려두려고 먹으려고 무청 일부분을 데쳐낸 후 그 물에다가 무즙 하나 뜯어넣고 무 감자국을 끓여먹었어요. 새벽에 무를 다듬어 깍둑썰기하여 보우소금에 은은하게 절여놓았다가 일어나자마자 들여다 보니 꼭 알맞게 절여져 있었어요. 보우 빠개지를 본받아 넓적하게 썰까 했는 데 지난 번 알타리무김치가 있어서 그냥 한입크기로 잘게 썰었어요. 보우매실액, 보우 통깨, 보우 양파, 감초채소즙 한 봉지, 보우 고추가루로 버무린, 마음에 꼭 드는 깍두기가 완성됐어요. (보우식구들 공통습관: 썰면서, 버무리면서 생 무를 많이도 집어먹었네요.^^) --------------------------------------------------------------------------- 빈 상자 치우려고 들어올리는 데 까만 등에 한 마리가 바닥에 들러붙어있는 게 보였어요. 가여워 화분에 심어주려고 들어올리니 세상에, 살아있어요. 무거운 무에 배가 눌려서 내장이 나온 채 괴로워하고 있는 이 녀석,아, 딱한 것! 얘야, 너는 그 작은 체구에 무슨 삶의 무게가 그리도 무거워 무까지 짊어져야했니... 인천까지 오느라 애쓴 녀석 물이라도 먹이려고 손바닥에 물을 발라줬지만 도무지 힘이 없어서 먹지도 못하고 비틀비틀. '그래! 체력이 소진됐을 땐 포도즙이 좋아!!' 포도즙을 조금 따라 그 곁에 놓아주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침에 그 자리에 다시 가보니 아직도 살아있는 게 아니겠어요. 배가 터져서 이미 납작한 데 숨이 붙어있는 등에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흙화단에 내려놔주면 맘이라도 편할 텐데, 새벽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요. ----------------------------------------------------------------------------- 문득- 10여 년 전, 키우던 붕어가 가엾게 죽자 숨소리도 조그맣게 내며 화분앞에 앉아 붕어를 묻어주던 아이의 뒷모습이 생각납니다. "..........엄마, 이 화분에 붕어를 닮은 꽃이 딱 한송이만 피어났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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