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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남편과 함게 오른 산길에서 감나무 한 그루를 만났습니다 꽤 오랜 세월을 겪은 나무인듯 둥치도 크고 열매도 많이 맺었습니다. 나무만 바라보다 발에 무엇이 밟히는지도 몰랐습니다 뿌드득 소리가나 발밑을 보니 나무에서 익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새파란 감 이었습니다 가만 보니 벌레을 먹은 흔적도 없습니다 아마 지들끼리 싸우다가 힘없는 놈이 밀려난 게지요 그렇게들 싸우고 또 싸우다가 힘센놈만이 남아 가을녘에 커다랗고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겠지요 그래도 나무밑에 너브러져 있는 패잔병들은 보기가 좀 그렇 더군요 근데 왜 그 시체들을 보면서 보우농원의 사과밭이 떠 올랐을까요 이 놈들은 아마 약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생존경쟁에서 밀려난거 겠지만 새까만 그을음병으로 그저 힘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보우농원의 불쌍한 사과들은 누가 보상해 줄까 그들은 주인을 잘못 만난건가요? 주인이 게을러서 약을 안치는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그는 농사를 모르는 사람인가요? 왜그랬는지..그건 아마 .. 우리들이 더 잘 알겁니다 다 썩고 병들어 떨어져 버린 사과들을 속상해 치워버릴만도 한데 그 분은 이듬해 좀더 강한 사과나무를 만들기 위해 거름으로 그냥 둔다고 하십니다. 눈만 뜨면 보이는 그 사과들의 시체를 보는 그분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마 모르긴해도 그 사과들처럼 썩어 문드러졌겠지요 내년엔 그 가슴에 새살이 돋아 날까요? 그리되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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