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농원에서 초창기부터 배즙을 시켜먹고 반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여러가지 과일즙들을 주문해 먹은 기억이 새롭습니다.
어언 10년쯤 되었나요? 선생님께서 앞날을 내다보시고
믿고 먹을 만한 우리 전통의 먹을거리들을 직접 키워 보내주시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과 신뢰를 가졌더랬습니다. 물론 그때 받은 감동과 신뢰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의 믿지 못할 식품들에 질리고 물렸을 때 마치 고향음식을 찾듯 보우농원에 들어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주문을 해먹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꿀과 몇몇 가지를 주문해 오늘 받았습니다. 그런데 된장에 박은 콩잎은 제가 아는 식품이 아니었습니다. 콩잎은 너무 뻣뻣해서 목으로 넘길 수 없고, 콩잎에 된장이 조금도 배여들지 않아서 된장 따로 콩잎 따로입니다. 그러고 보니 몇해 전, 된장에 박은 고추를 샀다가 결국 몇 개 먹지도 못하고 버린 기억이 납니다. 오늘 받은 이 콩잎 역시 먹기가 어렵습니다. 간혹 이런 게 있습니다. 품질이나 정성은 백프로 신뢰합니다만, 그 제조과정이 잘못되어 식품에 실패한 제품들이 섞여 있습니다. 어느 해 주문했던 묵은 김장김치도 너무 시고 배추가 물러서 찌개조차 끓이지 못하고 버린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런 얘기는 소비자 입장에서 해드려야 할 것 같아 적습니다.
밤꽃꿀과 황매&아카시아, 그리고 쑥떡은 기대한 대로입니다. 저는 옛날 방식의 쑥맵떡을 사먹으러 해인사까지 다녀온 적도 있는데, 쑥이 그대로 씹히는 쑥떡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먹습니다. 덤으로 넣어주신 과자도 축구 보면서 먹기 안성맞춤이고요. 그러고 보면 대개 된장이나 김치 같은 전통 가공식품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음식맛이야 워낙 주관적인 것이어서 비단 제 입맛에만 맞지 않는 문제가 아닌가 깊이 심사숙고했습니다만, 맛뿐 아니라 전통식품의 형태나 상태가 그건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렇다고 보우농장과 김선생님께 실망을 했다거나 항의를 하는 차원은 절대로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둡니다. 그냥 그렇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가끔 주문해서 먹겠습니다.
그리고 일간 한번 시간을 내어 농원에 구경하러도 가겠습니다.
일산에서 소설가 김정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