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열매" 라고 하는 거 같습니다. 춘향모, 월매가 생각나서 좀 촌스럽긴 해도 열고 매달리는 것들이 너무나 고마와서 "열매" 라는 상호의 과일 까페를 해볼려는 청사진을 그렸던 적이 있습니다.
먼저 떠난 오직 하나뿐이었던 제친구와 하염없이 걸으며 마음을 나누던 때...아무리 어디 들어가 편히 앉아서 얘기 하고 싶은데 그럴만한 데가 한군데도 없어서.. 차라리 우리가 차리자 ! 하던때요.
홀 가장자리로 개울처럼 물이 흘러가게 장치하고 손과 발을 마음대로 씻을 수 있게요...우린 그때 너무나 오래 걸어다녀서인지 발이 몹시 아팠었거든요. 그리고 엽서는 무제한 공짜로 제공하구요. 그리고 온갖 열매를 골고루 쌓아놓고 손님 마음대로 골라서 바구니에 담아서 과도 하나얹어서 그걸로 끝~~인 그런 만남의 장 같은 걸 할려고 했지요. 아주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었는데... 참 세월은 무정하기도 하고...빠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열매들이 열매 자체가 씨앗이 되는 것들은 먹히면 그걸로 끝장이니까 되도록 안 먹힐려고 겉껍질에 나름대로 방법을 취한다지요...은행이 구린내가 나는 걸로, 밤이 까시로, 호두가 딱딱한 껍질로 방비하는 것은 그 자체가 씨앗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런 것들은 그 씨앗에 나름대로 종족 보존의 원리로 조금씩 독성이 있다하니 한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되겠지요. 그래서 계란이니, 생선 알도 실상은 그렇게 좋은 먹거리는 아닌 듯 싶습니다.
곡식도 그 자체가 씨앗이기때문에 겉껍질들이 까그럽고 그러 하지만 다른 열매에 비해서 대량으로 매달리니 그 중 독성이 제일 덜하니까 우리가 그동안 주식을 삼았겠지요? 그런 맥락에서 종족이 많이 퍼지는 하등 동물을 먹거리로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납니다. 고래? 보다는 멸치가, 소보다는 돼지가 몸에 덜 해롭겠습니다.
그러나 씨앗이 따로 속에 들어있는 것들은 그 속이 빨리 나와야 하니까 날 먹고 빨리 씨앗을 나오게 해주셔요 하는 뜻으로 겉을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으로 싸서 유혹하지요. 사과, 배, 감, 복숭아...과일이 다 그렇다네요.
설이 돌아오니 설빔을 해줘야 할 나이 임에도 마음은 설빔을 얻어 입던 옛날로 돌아가 있습니다. 정말로 빨강치마 노랑저고리로 설빔을 입었던 나는, 가끔 지금 이 시절이 무척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기도 합니다.
내가 들어가 앉아도 될만큼 넓었던 무 구덩이 속에서... 노란 움이 트던 무를 꺼내던 설날이 생각 납니다. 설날 새벽에 마당 빨랫줄에 식구들 설빔을 죽 널었다가 (스프레이 대신였겠지요) 다려 주시던... 빨랫줄 풍경이 눈에 삼삼합니다.
江물 처럼 흐르는 세월이... 가끔은 삶의 본질은 슬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잔잔한 슬픔이야말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명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면서...방방 뛸일이 없어지는 게 나이 듦이 겠거니 하면서 그래도 올 설에는 보우농원 무가 있어 옛 맛을 되실리며... 고맙게 설을 맞이 합니다.
" 해는 산에서...바다에서.. 뜨는 게 아니고 내 마음에서 뜬다 "는 싯귀가 생각납니다. 온누리에...온 생명에... 환한 햇살이 가득하길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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