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27일 수요일 농민신문사설에 있는 글입니다.
한심한 유기식품 정책부재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농업정책의 중심을 ＇식품안전＇ ＇쾌적한 농촌＇ ＇동물복지＇로 전환했다. 이에 맞춰 농업담당 부처의 조직과 기능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이 단행됐다. 일본의 경우도 농정의 방향을 ＇안전＇과 ＇안심＇으로 설정했다. 최근 2~3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식품의 안전성이 강조되면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유기농산물과 유기식품이다. 흔히 말하는 무공해라는 개념에 가장 완벽하게 접근해 있기 때문이다.
유기농산물에 대한 국제식품규격(코덱스)은 상당히 엄격하다. 비료 · 농약을 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퇴비용 축분도 유기농 사료를 먹은 가축의 것만 사용해야 한다. 유해물질이 잔류하지 않는 깨끗한 논 · 밭에서 재배돼야하고 유전자변형 같은 기술도 배격하는 등 까다로운 여러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국제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관련 법이나 제도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유기농산물의 경우 코덱스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 보니 친환경농산물로 적당히 포장을 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을 ＇저농약＇ ＇무농약＇ ＇전환기＇ ＇위기＇ 등 4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에선 통용이 될 수 없는 철저한 국내용이다. 코덱스 기준과 너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최고단계인 ＇유기농산물＇의 경우 3년간 비료 · 농약을 주지 않은 것으로만 규정하고 있고 다른 규제는 없다. ＇저농약＇과 ＇무농약＇은 화학비료의 사용이 허용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과 진짜 유기농산물을 구별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값도 차별화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수입되는 유기식품의 경우 이를 검증하는 제도 자체가 아예 없다는 사실이다. 수출국 검사기관의 인증서만 있으면 되는 것이 유기식품 행정의 현주소다.
유기식품은 2000년 65만달러, 2001년 170만달러, 지난해에는 300만달러어치가 수입될 정도로 그 수요가 폭발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관계당국은 아에 필요한 제도와 조직의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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