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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님과 같은 생각을 사과를 받고선 했답니다. 생각보단 덜 험악한 모습에 그저 웃었습니다. 과일 맛이 씁쓰름하고, 벌레도 꾸물거리고, 과일 이라는 달콤한 이미지보다는 생존이라는 생각을 했지요. ^^ 다른것 다 밀어내고, 냉장고에 모셨습니다. 유기농을 고집하시는 선생님이 참 외롭겠구나... 했습니다. 그래도 험악한 과실들속에 서 계시는분은 역시 선생님 뿐이시리라 생각합니다. 야생사과들은?! ː[신지연님께서 남긴 내용] ː사과가 왔습니다. ː ː제가 작년 가을에 보우농원을 알았고, 그땐 이미 품절된지 오래였던 사과를 ː그때부터 지금껏 기다렸으니, 대강 1년 가까이 기다린 셈입니다. ː ː뚜껑을 열었더니, 말 그대로 험악하고 자그마한 사과들이 빽빽히 놓여있네요. ː이리저리 들여다 보니 탄성도 나고 웃음도 납니다. 귀여워서요. ː험악하다고 말만 듣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건 꽤 다르구나 느낍니다. ː ː ː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과를 몇개 물로 대강 씻어서 베어물었습니다. ː그랬더니... 후훗. 그렇게 맛있지가 않습니다. 좀 밋밋합니다. ː ː아이구 이런. 남들은 다 맛있다는데 난 왜 아닐까. 생각을 좀 해보니...... ː ː제가 원래 사과를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새콤달콤한 홍옥만 예외죠. ː새콤과 달콤에 환장하는 저에겐, 이렇게 풋 맛과 떫은 맛까지 나고, ː신듯 단듯 하긴 하지만 강렬한 맛은 나지 않는 사과는 안 맞는 거죠. ː ː다만 씨의 맛만큼은 정말 대단합니다. 향과 맛이 독특하고 강합니다. ː작년에 저농약 홍옥이며 부사를 씨까지 많이 먹었지만 ː이렇게 강한 맛이 난 적은 없었죠. 식물의 핵심이 바로 씨이니 ː역시 제대로 큰 놈이 다르구나 생각합니다. ː ː하지만 과일은 어쨌든 과육맛이 좋아야지 씨맛만 좋아서 될 일은 아닌데... ː내가 나도 모르게 보우사과의 맛이 천상의 맛이라도 될줄 기대했나 싶기도 합니다... ː ː ː그래서 사과를 씹으며 '사과야, 너 맛이 그냥 그렇구나'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ː상자속의 울긋불긋하고 멍들고 때탄 사과들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는데.... ː ː문득 떠오르는 하나의 단어가 있었으니, 그것이 '생존' 이었습니다. ː그때부터 사과들의 '생존'의 몸부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ː ː ː인간들의 무분별한 품종개량으로, 전세계적으로 유기농 재배가 가장 어려운 ː품목이 되어버린 가여운 사과. 그렇게 허약해져버린 몸을 이끌고 ː한번 살아보겠다고, 병원 안 가고 주사 안 맞고 제 힘으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ː기를 쓰고 피땀을 흘리며 버둥버둥거렸을 사과. ː ː그렇게 애를 썼지만 워낙 타고난 기력이 딸리는 탓에, ː여기저기 멍들고 생채기나고 흠나고 얼룩지고 ː토실토실하게 살쪄보지도 못하고 키가 훌쩍 커지지도 못하고 ː그저 살아남기에만 겨우겨우 성공한, 그저 생존할 수 있게만 된 사과. ː ː ː인간들의 탐욕스러운 환경파괴로, 날 때부터 면역력을 세상에 빼앗기고 태어나 ː이 더러운 세상과 힘겹게 싸워가야 하는 아토피 아이들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ː반들반들 보송보송해야 할 어린 피부가, 뜯기고 갈라지고 진물이 흐르고 ː아무리 가려워도 긁을 수도 없는 참담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ː고통을 이기고 세상을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ː지금도 모진 애를 쓰고 있을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ː ː그리하여 살아남은 자, 그 모두는 진정한 승리자이지요. ː ː ː그래서, 저는 이제 보우사과를 먹으며 맛을 음미하지 않습니다. ː'생존'을 음미합니다. ː ː실로 처절한 싸움을 치러가며 지켜낸 그 강인한 생존의 의지를 ː받아 마시는 기분으로 사과를 먹습니다. ː ː ː이런 사과를 주신 송하선생님께 감사드림은 ː두말할 필요도 없지요. ^^ ː ː이상, 올해 사과를 당당히 1등으로 주문한 신지연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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