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 친정집같이 편안한 보우농원

제목: 김장을 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자두

등록일: 2008-12-13 21:29
조회수: 850

학생들이 학교를 안 가는 토요일인 게 저에게는 행운이 되었어요.
아침 일을 일찍 할 수 있어서 저녁에 보너스같은 시간이 났습니다.
갓과 쪽파를 하루 더 놓아두기 안타깝던 차, 하루 당겨 김장을 하게 되어 두루두루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 집에 혼자 있다는 핑계로, 거실에 온갖 살림 있는대로 펼쳐놓고 얼굴에 고추가루 튀겨가며 요란을 떨고있어요.

양념을 버무리는 과정에 흥미로운 추가를 하였더니 상상도 못할 좋은 결과가 예상됩니다.
양념 맛이 심상치 않게 좋아요.

찹쌀풀+고추가루+무즙+마늘+생강+액젓+ 매실엑기스360L에 최상품 황석어젓 멸치젓을 다져넣고 (새우젓은 통으로) 배와 우엉채에 고소한 보우통깨까지 넉넉히 섞은 다음-
오늘 온 물품 중에 칡즙이 눈에 띄어 두 봉지 OK!
이왕 칡즙을 넣어 김치 속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김에 생전 안 해 본 양념배합을 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원래는 북어머리+멸치로 육수를 만들고자 했지만 이미 肉 쪽으로는 젓갈이 훌륭히 들어갔으니 근채수(?) 쪽으로 첨가해보자고.

버무린 양념 속에 채소즙 3 봉, 사과즙 1봉, 토마토즙 3 봉. 무즙 4봉, 감초든 우슬뿌리즙 1봉을 즐거이 부어넣었어요.
그리고 엊그제 담가놓은 보우엿기름을 쓴 채소즙 식혜 800L를 밥알 째 들이부었고요.
모두 식물성인데다, 김치와 잘 어울리는 풍미를 지닌 것들이니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쁠 것 없으리라 믿으며 팍팍 버무렸지요.
끝으로 무 채+갓+(두 단 추가) 쪽파를 투입!

'어우; 이게 무슨 김장속이야.' 싶으시겠지만, 장난 아니게 맛있는 거예요.
미원이나 설탕 일절 안 넣고도 감칠맛 나는 속이 만들어졌어요.
보우 고추가루가 워낙 맛있게 맵싸하고 색이 예뻐 김장 반은 성공인데 절임배추까지 특등급이라 이 김치 예감이 참 좋아요. 4폭은 백김치 담가 일찍 먹으려고요.

식구들이 김장 시작하기도 전에 "보우김치를 사먹으면 더 맛있을 텐데 힘들게 왜~~"소리를 하여 의기소침(?) 해 있던 차, 버무린 양념과 배추 속을 방금 아파트 이웃 몇 분께 돌리고 왔는 데 평이 정말정말 좋아서 어깨 도로 폈습니다.

참, 송하님.
갈갈이라는 개그맨이 보우 무를 앞니로 긁다간 바로 임플란트 해야 할 정도로 단단하고 훌륭했어요.
얼마나 옹골차고 기상이 높은 지 칼이 들어가야 말이지요. 무 채 써느라 끙끙대면서도 감탄사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어요. 이런 무는 보우에 밖에 없을꺼라고.

이제 밥도 먹었으니 버무리러 거실로 갑니다.
혼자 일하면서 열 명이 부산 떠는 듯 난장을 펴놓은 이 산만함.
나중에 설겆이, 청소할 일이 미스테리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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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배추 행방 빨리 찾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여름 타 택배회사에서 배송오류 났던 알타리 상자 생각이 났어요.
'때 되면 오겠지~'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다 귀한 생물 지치게 한 것 생각나서요.
그 일 아니었으면 성격상 아마 이번에도 일요일까지는 절임상태 괜찮으니 잊어먹고 기다려보자....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아차 생각난 게 이번 물품상자 안에는 특히 청군무와 갓, 쪽파가 들어있다는 생각이 난거예요.
그날 밤, 인천 집하장에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부평기사님 이야기도 들은 후라 귀한 물품이 엄한데서 고생할까 염려를 많이 했더랬어요.
신속히 확인해 주시고 코드정정해주셔서 무사히 배송 받을 수 있었어요.

젓갈과 무즙, 한지, 사과즙 입금은 새벽에 차근히 할께요. 늘 죄송하고 고맙습니다(__)

100% 보우 재료로 만드는 김장, 고마움 느끼며 겨우내 잘 먹을게요. ♥

송하 2008-12-13 22:58:35

고맙습니다. 살아가는게 다 이런저런 일로 날 보내는것 아닙니까.
그런데 김치가 처음에 발효전에 맛이 있으면 얼마 후에는 그때도 맛이 있으면
좋을텐데 식혜가 조금 맘에 걸립니다.

자두 2008-12-14 04:12:11

이런 저런 뒷 설겆이 다 끝내고 한숨돌립니다.
참기름 넣고 겉절이도 버무렸고, 무생채, 배 깍두기도 조금 버무려봤어요.
그래도 1kg쯤 양념이 남았어요. 백김치 안했으면 딱 맞았을 걸...

새우젓 중에 밤에 잡힌 새빨간 아이들 보이던 데, 꼭 지금 제 팔다리가 그 모양새예요. 얼릉 샤워하고 자야지.

식혜넣은 김장김치, 맛보신 어머님들이 색다른 양념맛 구별 전혀 못하시고 맛있다~하셔서 낙제는 아니구나 생각해요. 하지만 송하님 말씀대로 이미 삭힌 재료를 넣은거라 빨리 익을 염려도 있기는 해요.
익어가는 상황 봐서 보우 김치부터 먼저 소비하거나 김치 필요한 분들과 나누어 먹으면 문제될 게 없겠어요.
근데 아마도 끝까지 맛있을 꺼예요. 이유는..."그냥 내가 만든거니까. 제가 만드는 건 뭐든 특별하거든요.^^"
라고 믿으며 살아간다는...

성공적이면 저만의 김치레시피 얻었다 생각하며 즐거워하려고요.

올 겨울 여기저기서 보내준 전국구 김장김치가 이미 김치냉장고 두 대 안에 가득해요.
젓갈 많이 넣은 전라도 김치가 그 중 제일 맛있어서 매일 먹고있어요.
김치가 없는 것도 아닌 데 왜 무리하게 김장 욕심을 냈을까? 스스로도 궁금한 데, 아마도 보우 배추 무로 김치를 꼭 담아보고 싶었나봐요.
어릴 때 부터 엄마 요리백과사전 속 모든 요리들을 시간만 나면 따라 만드는 게 일이었어요. 집에 새로운 찬거리들이 들어왔다 하면 이리저리 양념 달리해 조물락거리곤 했구요. (정작 저는 제가 만들어 놓은 거 안먹었지만요.ㅋ) 그런 제가 좋은 재료를 보고 어떻게 회가 동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허나 매번 마루타 노릇해야하는 식구들 마음도 이해는 돼요.

그나저나 내일 아침 일어날 수나 있을 지.... 저를 긍휼히 여기는 분들은 아침 8시에 모닝콜을 해 주시기를...

자두 2008-12-14 04:23:28

한지---10000
새우젓두 병---14000
황석어젓--7000
멸치젓---7000
무즙 20봉---10000
칡즙6봉---4000
택배비---4000
우선 56000원 입금했어요
사과는 가격이 올라오면 입금할래요. ♥
제가 맘대로 정해 입금하면 적든 많든 다른 분들께 누가 될 듯 해서요.
그러니까 일시 외상입니다. ^^

사과 맛 본 아이가, "^^내가 먹던 사과즙 맛이다~!!" 하네요.

한지- 아, 사그락거리는 그 소리~!
저걸로 옷 해입으면 내 움직임에 내가 반할 듯...

멸치젓, 황석어젓 명작이예요. 오동통 살오른 몸에 맛있게 곰삭은...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맛. 깨끗한 새우젓도 쵝오!

다양하게 응용해 쓸 수 있게, 달이거나 다지지 않은 채로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조해순 2008-12-14 08:22:48

마루타! 우리집 양반은 늘 <생체실험>이라고 합니다만... 늘 하던 소리네요.
마누라 요리실험에 늘 생체실험 당하고 산다고 손님들 오시면 하소연인데
내 귀엔 좋아서 하는 행복한 불평이라고 들려서 요리실험은 끝나지 않지요...

자두님 김치 분명 맛있을 것입니다. 요리한 본인의 입맛에 맞으면
최고의 맛입니다. 그 맛을 공유할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설득하면 되는 일이지요.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너무 발효가 오버할 거라는 염려는 안 해도 되데요.
냉장고는 좀 염려스럽구요.

자두님의 그 보우100 %의 명품김치로 올겨울이 행복하시겠습니다.

자두 2008-12-14 23:01:48

어렸(??)을 때는 요리대회도 두루두루 나가고 그랬는 데, 재료를 너무 많이 낭비해야 하는 대회 풍경이 질려서 그만 두었어요.
식빵을 이용할 경우도 가장자리는 몽땅 잘라내야만 하고, 생선이든 채소든 심사접시에 올릴 가운데 부위만 얄밉게 취하고 싹 버리는 짓이 죄짓는거다 싶었고요.

또 이름 난 요리 축제에서 전시가 끝난 몇 톤 이상의 음식(상해서 어쩔 수 없다 해도 이미 상한 건 사료로 쓰기에도 부적합하니 문제)들을 모두 폐기처분하는 것도 문제예요.

그저 오밀조밀 나와 내주변사람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 만들며 사는 게 제일 큰 즐거움같아요. 단 낭비하지 않는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는 꾸준히 하면서요.

예전 맛의 기본은 충실히 지켜내면서 새로운 발상으로 창조적인 명품을 만들어 주시는 보우가 그래서 더 좋은 거예요.
집을 비롯, 먹을거리든 입을거리든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조해순선생님도 저에게는 지표처럼 보이고...

해살림 주소 올려봐야겠어요. 바로가기 되나...

http://www.haesalim.com/
[출처] <해살림.com> 문을 열었습니다.|작성자 해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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