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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져 보우농원에 들어와 뒤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오전에 다녀온 집이 생각나며 우리는 참으로 풍족하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직업이 어려운 이들을 지원(?)해주는 직업이고 오랜시간 동안 그속에 묻혀 지내다 보니 이제는 무뎌질때도 되었건만 오늘 방문한 그집은 제 마음이 철렁해지며 너무 잘(?) 살고 있는 제 모습에 회의감 마져 들었습니다. 다 쓰러져 가는 흙집에 부엌이라고 할 수 없는 그곳엔 옛날에나 쓰던 석유곤로와 연탄 몇장... 밖에는 온전치 못한 아들이 잠을 자는 다 쓰러져 가는 오막집. 문도 없이 천으로 바람을 막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그 총각은 잠을 자고 있더군요.. 할머니께 옷가지와 담요를 전하고 나오는데 주체할 수 없이 자꾸 눈물이 흘렀습니다... 우리가 풍요롭게 아무렇제도 않게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모르는 또 한곳에는 이런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는 없겠지마는 전 그래도 세상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은 살 수 있는 곳이길 기대해 봅니다... 죽어라고 애써도..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그 가난함이 이 추운날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로 그 사람들에게 꽂힐지 아무도 모를일입니다. 하늘이 온통 잿빛이고, 눈은 살포시 내려 주는데 아침부터 내내 우울한 맘에 이리 또 주절대어 봅니다. 오늘 넘치게 행복함에 미안해 집니다.. 혹시 그분들의 몫까지 제가 취한게 아닌가 싶어지니 더욱 미안해 집니다.. 우울한 오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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